Familiar Classic Music/Thinking on Music

나의 영웅 아버지를 그리며

Four Seasons Daddy 2019. 9. 28. 12:15

 

 

서울시향관현악단이 연주하는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아내와 함께 듣고 왔다. 어제 저녁의 연주의 여운때문인지 습관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새벽에 잠이 깨어 갑자기 '나에게 진정한 영웅은 누구인가 ? '라는 질문이 들었다. 이미 '95년도에 돌아가셔서 이젠 기억도 가물해진 우리 아버지가 떠올랐다. 늘 성실하게 한 가정을 굳건하게 지켜오신 그 아버지가 벌써 50 중반의 나이에 나의 영웅으로 생각되는 이유는 내게도 그분의 삶의 무게가 느껴져서일지 모르겠다.

 

결혼 1년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는 광화문 공원에서 내 아내를 사진으로 보시고 "야!!  참 예쁘다"라고 말씀하시고 95년 10월에 마지막 날 밤에 천국으로 먼저 가셨다. 나의 결혼까지 함께 못해서 아쉬웠는지 늘 아버지는 내 생각속에, 그리고 결혼식 사진속에 부모님 자리를 지켜주고 계셨다. 10년이상을 늘 꿈에서도 만나주시고, 삶의 여정의 힘들때마다 그 성실하셨던 모습으로 나를 격려하시고 동행해 주셨다.

 

그 이후 아버지의 추억이 잊혀질 즈음에, 서울시향 우리동네 음악회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Eroica Op.55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둘 딸 둘,  늘 동행하시던 우리 아버지를 잊게 해준 그 놈들에게 나도 영웅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은 지나침이 넘치는 것 같다. 

 

베토벤, 교향곡 제3번 내림 마장조, 작품 55 '영웅'

 

통상'영웅 교향곡'으로 불리는 이 작품은 작곡가 베토벤의 가장 중요한 역작 가운데 하나이다. '하델리겐슈타트의 유서'라는 위기를 극복하며 내놓았던 전작 '교향곡 제2번'을 통해서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영향권에서 벗어났던 베토벤은 이 작품에서 이 작품에서 한층 독창적이고 진보적인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교향곡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것은 교향곡의 형식과 규모, 그리고 개념을 혁명적으로 확장 및 발전시키는 작업을 통해서 거두어낸 성과였다. 무엇보다 그는 이 곡에서 자신의 이념과 사상을 극적으로 형상화 했다.

이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를 "영웅주의"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베토벤과 그의 시대는 세상의 낡고 부조리한 모습을 타파하고 쇄신할 영웅의 출현과 그런 영웅이 열어 보일 새로운 미래를 갈망했다. 그런 영웅의 모델로 베토벤이 한때 동경했고 이 작품을 헌정할 대상으로까지 생각했던 나폴레옹을 상정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베토벤의 평가와 감정이 상당히 변덕스러웠다는 사실과 작곡 전후의 복잡했던 사정을 감안한다면, 그보다는 다른 인물들에게 눈길을 돌여보는 편이 바람직하겠다. 어쩌면 이 곡을 쓰면서 베토벤은 여러명의 영웅을 다룬 옴니버스식 구성을 염두에 두었을 지도 모르겠는데, 그 중 가장 명확하게 떠오르는 존재는 마지막악장에 등장하는 프로메테우스다. 주지하다시피, 그리스 신화에서 프로메데우스는 인간의 창조자이자 영도자로 그려진다.

 

1악장에서는 먼저 짧고 강력한 화음이 두 번 울린다. 그 직후 1주제가 첼로 파트의 늘름하고 유유한 연주로, 2주제는 목관에서 현악으로 옮겨지며 차분하게 제시된다. 악장 전에에 걸쳐 음악은 마치 대하를 연상시키는 유창한 흐름과 도도한 풍모를 견지하며 진행되는데,발전부에서는 복잡한 대위법적 전개와 치열한 극적 흐름이 부각된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재현부와 종결부를 거치면서 더욱 강화되고 확장된다.

 

2악장은 영웅의 죽음을 추도하는 듯한 '장송행진곡'이다. 악장내내 깊은 비애 또는 고뇌가 서린 듯한 장중한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지지만, 중간부에는 음악이 밝은 다장조로 전환되어 장렬하게 치솟아 오르는 극적인 장면 또한 자리하고 있다.

 

3악장은 활기찬 스케르초 악장이다. 주부는 연속적인 스타카토의 빠른 움직임으로 시작되어 점차 힘을 증대시켜 가며 전진하는 대세를 유지하며, 중간부에서는 호른 세 대가 앙상블을 이뤄 늠름한 팡파르를 울려 퍼뜨린다.

 

4악장은 그 형식에 대한 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독창적인 피날레로서, 대개 '자유로운 2중 변주곡'으로 파악된다. 강렬한 도입부에 이어 현악의 피치카토로 베이스주제가 제시되고, 바이올린 파트와 첼로 파트가 합체하며 현악3중주를 이루는 1변주, 여기에 비올라가 가담하며 현악4중주를 이루는 2번추가 이어진다. 다음 장면에서는 흥미롭게도 오보에에 의한 새로운 주재 선율이 나타나는 데,이 선율은 자신의 발레 음악'프로메데우스의 창조물'의피날레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후 곡은 새로운 주제 선율과 베이스 파트의 주제를 다채로운 기법으로 변주하며 전진한다. 집요하면서도 열정적인 전진과 상승의 흐름에 실려있는 것은 어쩌면 영웅에 의해 도달하게 될 이상향을 향한 인간들의 열망과 의지는 아닐까. 그렇다면, 중간부에 뜨겁고 가파른 질주 속에서 잠시 숨 돌릴 여유를 제공하는 듯 등장하는 목가적 변주는 그러한 동경과 노력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고뇌와 애환인지로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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